AI와 길게 대화하다 보면, 정작 나눴던 이야기를 AI가 까먹는 순간이 온다.
컨텍스트 윈도우의 한계, 세션의 독립성, 과거 대화의 압축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솔직히, 그냥 단기 기억 상실 같다.
길게 대화할수록 메모리 효율을 위해 오래된 대화를 지워버린다. 나에겐 짧은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인지심리학에 따르면 사람의 기억은 여러 개의 정보를 유의미한 덩어리 7(±2)개로 묶어 단기 기억하고, 핵심 의미와 맥락만 압축해 과거 경험과 실시간으로 대조하고 연상하기에 긴 대화를 이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AI와 이야기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 나는 전체 흐름을 쥐고 있는데, AI는 흐름을 놓고 최근 대화에만 매달리는 듯해서.
[사람들은 어떻게 버티나]
그래서들 맥락을 오래 붙들려고 애쓴다. 지침·스킬·메모리에 기억시키고, AI가 잊을 만하면 다시 맥락을 일러주고, 1문 1대화창을 쓰고. 최근엔 LLM Wiki라는 걸 만들어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지도처럼 깔아둔다. LLM Wiki(개인 지식 관리 방식)? 나도 한번 기웃거려 봤다.
엄밀히 말하면, 카파시가 말한 LLM Wiki의 핵심은 '망각 방지'가 아니다. AI가 흩어진 자료를 끌어모아 정리하고, 시간이 갈수록 살이 붙는 지식 덩어리로 키운다는 쪽에 가깝다.
카파시의 표현을 빌리면 — AI가 내 기록을 계속 읽어가면서 스스로 연결점을 찾는다.
오늘 저장한 링크 하나가, 석 달 뒤 전혀 다른 메모와 만나 새 맥락이 되는 것.
그러니까 '기억시킨다'기보다 '읽히고 엮이게 한다'는 게 더 가까운 말이다.
"내 흔적을 한곳에 모아두면 AI가 길을 덜 잃겠지" 하는, 조금 단순한 바람으로 LLM Wiki라는 것을 구성해보려고 한다.
[나도 만들어 볼까]
문서화 툴은 Obsidian을 많이 언급하는 편이다. 툴의 자유도와 내 컴퓨터나 나의 기기에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다른 노트 앱들이 만약 서비스를 중단하여도 정보는 내게 남아 있다는 장점이 큰 것 같다.
(옵시디언을 윈도우에 설치하고 세팅하면서 부딪쳤던 경험은 추후에 기록으로 남겨보기로)
내게 나만의 위키가 있다면?
- 업무를 하다가 — '그 내용 어느 문서에 있었지? 참조해야 하는데.'
- 친구와 약속을 잡다가 — '이날 뭔가 일정이 있던 것 같은데… 다음 날로 미뤄도 되나?'
- 계획을 세우다가 — '이 생각을 좀 더 붙이고 싶은데, 저번에 대충 조사했던 게 어디 있더라.'
이 정도면 충분히 도움이 될 것 같다. 메신저 앱으로도 연결할 수 있다고 하니 효용도 괜찮겠고.
문제는, '나'를 문서로 만든다는 게 너무 추상적으로 느껴졌다는 거다.
논문이나 장기 프로젝트라면 자료도 많고 연속성 있는 문서가 쌓이겠지만, 당분간 일상밖에 없는 나에게 '지식 체계'는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는 것 같았다. 신변잡기로만 문서를 채우기엔 어쩐지 아쉽고.
[그러다, 죄다 넣어보면?]
그러다 문득.
내가 본 유튜브, 잠깐 들른 블로그, AI와 나눈 대화창을 — 죄다 넣어보면 어떨까?
이렇게 모은 것들이, 무언가의 체계가 되긴 할까?
내 유튜브 기록을 보면 AI 최신 뉴스와 활용, 자녀 교육·상담, 응원하는 팀의 KBO 하이라이트쯤이 있다.
찾아보는 블로그들을 순간의 궁금증이나 글의 분위기를 보러 간다.
AI 대화창은 딱히 일관된 주제가 없고.
그냥 단순히 이건 놓치기 아까운데? 하는 것들을 모아보려 한다. 그때그때 떠오른 것들, 영상보다 글로 읽어 내 흐름대로 추려야 하는 것들. 링크로 복사해서 메모로 남기든, 스크립트를 복사해서 AI 요약으로 흔적을 남기든. 그렇게 쌓다 보면 어떤 형태가 잡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