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정리. 어떻게 정리할까? PARA와 제텔카스텐

[Prologue]

지난 글에서 LLM-Wiki를 구축할 때, 위키 폴더를 PARA로 나누는 사람도 있고 제텔카스텐으로 엮는 사람도 있다고 흘리듯 적었다.

그러고 나니 정작 둘이 뭐가 다른지 나부터 헷갈렸다. 옵시디언으로 노트 정리법을 잡으려면 결국 이 지식 관리 방식부터 골라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한 번 제대로 정리해 둔다. (반은 나 보려고)

펼쳐진 노트에 손글씨가 가득하고 작은 메모 카드들이 책상에 흩어진 차분한 아침 풍경, 제텔카스텐과 PARA로 노트 정리법을 잡기 전의 아날로그적 출발점을 떠올리게 한다

[먼저, 둘은 출발점이 다르다]

처음엔 PARA와 제텔카스텐을 같은 줄에 놓고 "둘 중 뭐가 낫지?"를 고민했는데, 알고 보니 질문 자체가 좀 어긋나 있었다.

PARA는 '폴더를 어떻게 나눌까'에 대한 답이고, 제텔카스텐은 '노트끼리 어떻게 이을까'에 대한 답이다.

하나는 수납이고, 하나는 연결이다. 그래서 사실 같이 써도 된다. (이건 뒤에서)


[PARA — 행동 기준으로 담는다]

PARA는 Tiago Forte가 만든 분류법이다. [The PARA Method]

Projects(프로젝트), Areas(영역), Resources(자원), Archives(보관소)의 머리글자다.

핵심은 "이게 무슨 주제냐"가 아니라 "지금 이걸로 뭘 하느냐"로 나눈다는 점이다.

  • Projects : 끝이 있는 일. 마감과 목표가 있는 것.
  • Areas : 끝은 없지만 계속 책임지고 유지하는 것. (건강, 재테크 같은)
  • Resources : 언젠가 참고할 관심 주제.
  • Archives : 위 셋에서 끝났거나 식어버린 것.

폴더 4개로 디지털 생활을 전부 담는다는 게 PARA의 약속이다.

주제별로 쪼개는 기존 방식("마케팅 폴더, 재무 폴더…")은 주제가 추가되면 자꾸 '이건 어디다 두지?'를 묻게 만들게 된다. 하지만 "이것을 저장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무엇이 더 Active한가"로 물으면 답이 빨라진다.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고, 일의 순서가 정해져 있으면 Projects. 목표나 기한이 없고, 계속 챙겨야 하는 것이면 Areas. 우연히 기사를 읽거나 정보를 접하였는데 언젠가 쓸 일이 생기거나, 어딘가에 메모를 남겨두었으면 하는 것은 Resources. 마감이 끝난 프로젝트, 아이들이 다 커버려서 더 이상 내 영역(Areas)이 아닌 육아정보, 관심에서 벗어난 리소스 등은 아카이브 폴더에 넣어두고 생각 날 때 한 번씩 정리 해두면 된다.

PARA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프로젝트와 에어리어의 구분이 어렵게 느껴졌다. 영역이라는 단어의 개념이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와 자료의 관리 차원에서 이런 고민은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 싶었다. 단순히 "마감이나 기한이 있나"라는 질문에 Yes이면 프로젝트, No이면 에어리어

(러닝이 취미라면 러닝화 정보는 에어리어 / 10km마라톤 대회 참가는 프로젝트)

PARA 분류법의 네 폴더 Projects, Areas, Resources, Archives가 더 활발한 것부터 덜 활발한 것 순으로 나란히 놓인 구조도, 행동 가능성을 기준으로 노트를 정리하는 PARA 방식을 한눈에 보여준다

[제텔카스텐 — 연결로 생각한다]

제텔카스텐(Zettelkasten)은 독일어로 '쪽지 상자(slip-box)'라는 뜻이다. 사회학자 Niklas Luhmann이 평생 약 9만 장의 메모 카드를 모으고 서로 링크해서, 수십 권의 책과 수백 편의 논문을 썼다는 그 시스템이다. [Zettelkasten Method]

폴더로 분류하지 않는다. 대신 규칙이 의외로 단순하다.

  • 메모 한 장에는 생각 하나만 담는다. (atomic)
  • 각 메모에 고유 번호를 붙인다.
  • 관련된 메모끼리 링크로 잇는다.
  • 남의 문장이 아니라 내 말로 다시 쓴다.

쌓다 보면 폴더 트리가 아니라 그물망이 생긴다. (한 가지 짚어둘 것 — 흔히 말하는 '임시 메모 / 문헌 메모 / 영구 메모' 3단 분류는 Luhmann 본인 것이라기보다, 후대의 Sönke Ahrens가 『How to Take Smart Notes』에서 정리한 버전에 가깝다고 한다.)

옵시디언의 그래프 뷰가 빛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지난 글에서 그래프 뷰를 트레이드마크라고 했는데, 제텔카스텐과 만나면 그게 장식이 아니라 도구가 된다.

제텔카스텐 방식은 단순하다. 글감이나 아이디어를 문장과 단어 수준으로 독립적으로 메모(atomic)를 남겨 놓는다. 그리고 시간을 내어 독립적 메모를 읽어나가며 메모들을 서로 연결하고 맥락이 연결되면 하나의 노트로 만든다. 이 노트를 발전시켜 결과물(초안)로 만들어도 되고, 노트와 메모, 노트와 노트글을 엮어 결과물로 만들어도 된다. 

그런데 '고유 번호를 붙인다'는 게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Luhmann은 21/3b 같은 알파뉴메릭 코드를 손으로 적었다. 물리 카드를 서랍에 꽂으려면 위치 식별이 필요했으니까.

디지털에서는 다르다. 옵시디언에서는 파일명이 곧 고유 ID가 된다. 날짜+시간으로 붙이는 사람도 있고(202606011430), 그냥 제목만 쓰는 사람도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번호 체계가 아니라 링크가 끊기지 않는 것.

손으로 적은 메모 카드들이 가는 선으로 서로 연결돼 위계 없는 그물망을 이룬 잉크 드로잉, 메모끼리 자유롭게 이어지며 자라나는 제텔카스텐 노트 구조와 옵시디언 그래프 뷰를 떠올리게 한다

[비교 — 한눈에]

  • 나누는 기준 : PARA는 '행동 가능성', 제텔카스텐은 '생각의 연결'
  • 기본 단위 : PARA는 폴더, 제텔카스텐은 낱장 메모
  • 강점 : PARA는 빨리 찾고 빨리 끝낸다 / 제텔카스텐은 안 보이던 연결이 튀어나온다
  • 어울리는 일 : PARA는 업무·자료 관리 / 제텔카스텐은 장기 글쓰기·연구
  • 진입 비용 : PARA는 거의 없음 / 제텔카스텐은 익숙해 지는데 시간이 걸림


[그래서, 같이 쓰면?]

PARA는 수납, 제텔카스텐은 연결이라고 했다. 그래서 둘을 섞을 수도 있다. 

실제로 메모 하나가 들어오면 어디로 가나.

  • 일단 0번 Inbox에 던져놓는다. 판단은 나중 일이다. 
  • 주기적으로 인박스를 훑으면서 물어본다. "지금 진행 중인 일이랑 연결되나?" → Projects. "계속 챙겨야 하는 주제인가?" → Areas. "언젠가 쓸 것 같은가?" → Resources.
  • 이때 제텔카스텐이 들어온다. 폴더에 넣는 동시에, 관련 메모가 있으면 링크를 건다. 폴더는 PARA가, 연결은 제텔카스텐이 맡는 순간이다.

- 폴더트리 -

0_Inbox (or Slip-box) 

1_Projects

00_Inbox

202610_춘천 마라톤 10km

202702_10박 11일 가족여행

2_Areas

00_Inbox

01_건강관리

02_재테크

03_러닝

3_Resources

00_Inbox (or raw)

01_맛집리스트 (or wiki)

02_생활정보

4_Archive

01_Closed Projects

02_Archived Areas

03_Unused Resources

04_Assets (자료에 링크되는 첨부 파일)

05_Inactive Archive (삭제 대기 자료)


인박스 폴더의 아이디어와 메모는 주기적으로 정리를 하거나 AI를 이용하여 분류를 시켜도 된다. 사용하지 않아도 무방할 듯.(0번 폴더에도 만들어둔 것은 어디에도 넣어야 할지 모르는 메모들을 넣어두는 곳이다.)

그렇다면 LLM-Wiki는 어떻게?

리소스 폴더에 인박스 폴더를 raw폴더로 바꾸고 1번 폴더를 위키 폴더로 두면 될 듯하다.

어차피 LLM-Wiki는 파편 수집용이니까.


[실제로 따라가 보면 — 러닝 기사 한 장]

러닝 도중 "발목 부상 예방 스트레칭" 기사를 읽었다. 좋아 보인다. 메모 한 장 남긴다. "발목 부상엔 종아리 스트레칭이 핵심" + 출처 링크. 판단 없이 Inbox에 던진다.

다음 날 인박스를 정리한다. 지금 10km 대회 준비 중이다. 이 메모는 두 곳으로 연결된다. 폴더로는 Resources > 러닝. 링크로는 "춘천 마라톤 준비" 프로젝트 노트와도 이어진다.

메모 한 장이 자기 폴더를 가지면서, 동시에 다른 맥락에도 걸쳐 있다. PARA가 수납하고 제텔카스텐이 이어준 결과다.


[한 줄 요약]

폴더에 담는 게 PARA, 그물로 엮는 게 제텔카스텐. 그리고 의외로, 둘은 서로의 적이 아니다.

끝.